율곡이라는 카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율곡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율곡 이이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게 된 로스터리
카페 브랜드에요.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만들었지만 ‘현대의 선비가 있다면 이런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풀어낸 모던한
느낌의 카페입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온전히 느끼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게 되었습니다.

율곡이라는 인물을 소재로 카페라는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와 꽤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자연스레 가질 수 있었어요. 작년에 함께 작업한 충무공이라는 카페의
대표님이 감사하게도 저희를 소개해 주셔서 만나게 되었죠. 
클라이언트는 '조용히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충무공처럼 한국적인 컨셉의 카페.’ 정도의
요청을 주셨고, 클라이언트와 어울릴만한 공간과 브랜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
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차분한, 정적인, 곧은 분위기가 좋았고 그대로를 브랜드의
주된 컨셉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같은 이미지와 분위기를 아이덴티티화
할 수 있는 인물로 율곡 이이를 제안드렸습니다. 율곡 이이는 누가 들어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인물이고, 브랜드 이름을 들었을 때 공간의 분위기를
바로 상상할 수 있잖아요.

율곡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율곡은 한국적인 컨셉이지만, 현대의 선비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전통적인 느낌이 드는 무겁고 두꺼운 스타일은 지양했습니다. 오히려 미니멀한
그래픽을 통해 정적인 율곡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통일된 굵기의 가는 획에 세리프(글자의 획 끝에 있는 작은 삐침)를 삭제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완만한 곡선을 쓴 타이포그래피로 한자와 국문을
혼용한 워드마크를 만들었고, 함께 사용할 로스터리 카페 워딩 또한 같은 스타일의
영문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율곡의 일러스트 심볼은 여러 자세의 버전이 있었지만,
뒷짐 진 선비의 뒷모습이 율곡이라는 인물을 은유적으로 잘 드러내는 이미지여서
최종 심볼로 채택되었어요. 그 외의 어플리케이션에는 최소한의 그래픽만을 넣되,
소비자가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원두카드와 메뉴판, 원두패키지들은 한지와 비슷한
질감의 종이에 오천원권에 있는 저채도 주홍빛, 옥색과 회색 등의 컬러를 적용하여
디자인했습니다.

공간디자인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어떤 것이었나요?
주로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몇 가지 요청을 해주셨어요. 지저분해지기 쉬운
로스팅룸이 가려졌으면 하지만 바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로스팅하는 공간을
보고 로스터리 카페임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과 바에서 손님들과 커피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등 이었어요. 그 외의 비주얼에 관한 부분은 모두
일임해주셨어요.

공간디자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율곡은 전체적인 공간 자체만으로 보면 아주 미니멀하고 모던한 공간이에요.
중앙에 크게 위치한 바, 그리고 바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한 명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공간이죠. 채광이 너무 좋은 공간이라 저채도의 붉은 톤 벽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무게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두운 갈색, 어두운
웜그레이 컬러로 바와 천장을 마감했어요. 
그리고 율곡하면 떠오르는 사임당의
초충도 3점과 오죽헌을 상징하는 검은 대나무 프레임을 배치해, 공간 자체로는
모던하지만 율곡의 컨셉은 은유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어요. 바 뒤에 위치한 로스팅실
벽면은 전통창호에서 모티브를 딴 격자프레임을 덧대어, 공간에서 유일하게 한국적인
디테일을 주었습니다.

가구는 제작한 것인가요?
네, 기획한 컨셉에선 한국적인 분위기를 가지고서 형태적으로는 모던한 가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기성 가구 중에서는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을 수 없었어요. 기성품
가구를 비치했을 땐 처음에 기획한 전반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가구를 제작하게 되면 기성품 가구를 구입하는 것보다 예산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했고, 클라이언트 동의를 해주셔서 가구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 테이블은 따뜻한 톤만 있는 공간에 환기가 되어줄 수 있는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제작하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율곡을 왔다 가신 손님들이 우리가 의도한 경험들을 그대로 잘 느끼고 갔을 때에요.
율곡의 공간이나 어플리케이션에 선비, 현대적인, 사색, 고찰과 같은 워딩이 따로
없음에도 손님들은 ‘선비가 내려주는 커피’, ‘차분하게 사색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 등의 후기를 남겨주신걸 봤어요. 무엇보다 공간에서 ‘현대적인 한국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 요소를 거의 배제했음에도 손님들이 다들 ‘한국적인 분위기의
공간’으로 인식해주셨어요. 이렇게 저희가 의도한 것들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었을
때 가장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율곡처럼 클라이언트와 COR 양측이 둘 다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찾아오실 분들이 미리 생각해봤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인위적인 브랜드는 오래갈 수 없다고 늘 생각해요.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특히
더 그렇죠. 브랜드가 단단해지고 오래 지속되려면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데, 보통의
소규모 브랜드는 클라이언트가 브랜드를 잘 소화해야 오래갈 수 있어요. 그 때문에
저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클라이언트에게 잘 맞는 브랜드 컨셉을 정하는 데에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하고 제안하는 편이에요. 클라이언트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움과 차별성이 느껴지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잡아나가기 때문에, 때론 클라이언트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오히려 더 잘 맞는
브랜드를 입혀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눌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Editor. 변인호
@byuninho










CREDITS

PROJECT

branding, naming, applications, package, signage
interior, furniture


CLIENT

yulgok


LOCATION

donggyo-dong, mapo-gu


DATE

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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